1. 화양연화 소개
이 영화는 홍콩의 거장 왕가위 감독이 중년 남자의 외로움을 연출한 멜로 영화입니다. 1960년대의 홍콩에서 유부남과 유부녀라는 제한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채, 두 남녀가 서로 사랑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로맨스를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주모운(周慕雲) 역은 양조위 배우가 소려진(蘇麗珍) 역은 장만옥 배우가 맡았습니다.
화양연화는 촬영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의 유려하고 절제된 무빙은 홍콩의 정취를 아름답게 담아냅니다. 영화는 눈에 거슬리는 자극적인 로맨스를 피하고, 말보다 침묵과 시선으로 감정을 전하며, 여운 깊은 멜로를 완성합니다. 거기에 영화 내내 이어지는 두 배우의 절제되고 섬세한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영화 속 여배우의 복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소려진은 ‘치파오’를 21벌이나 사용하였습니다. 이 옷은 영화에서 소려진의 감정을 대변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칸 영화제까지 진출한 영화로 한국에는 2000년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개봉되었으며, 리마스터링되어 재개봉도 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이 영화는 단순한 러브 스토리보다는 시대적 배경, 사랑, 각자의 선택, 선택에 대한 후회, 이루지 못한 사랑의 기억을 아름답게 미화한 감성적인 예술 영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 영화 내용 요약
한 여인이 아파트를 보러 온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여인은 소려진(장만옥)으로 부부가 살 집을 보러 온 것입니다. 같은 시기에 신문사 기자인 주모운(양조위)도 아파트를 보러 옵니다. 마찬가지로 부부가 함께 살 집을 찾으러 왔습니다. 우연히 소려진과 주모운은 같은 날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바로 옆집입니다. 이삿짐이 서로 섞여 잘못 온 짐을 돌려주며 서로 인사와 이름을 교환합니다.
이 두 사람의 배우자는 늘 바빠서 집을 비우고, 소려진과 주모운은 외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좁은 복도를 지나치면서 가벼운 인사를 나눕니다. 어느 날 주모운은 아내와 식사하고 싶어 회사를 찾아갔지만, 아내의 직장동료로부터 아내가 일찍 퇴근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분명 아내는 주모운에게 밤새워 야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주모운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게 됩니다. 한편 소려진도 남편이 외도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외도 대상은 옆집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의 심경은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분노하거나 적극적으로 알아보지는 못합니다. 비 오는 어느 날 주모운은 그녀에게 어렵게 질문합니다. 그녀의 남편이 잘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소려진도 그에게 질문합니다. 그의 아내에 대한 안부를 물었습니다. 둘은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주모운의 넥타이와 소려진의 핸드백을 통해 서로의 남편과 아내가 외도 중이라는 확신이 생겨버렸습니다.
배우자들의 만남이 궁금한 주모운과 소려진은 그들처럼 외도를 재현하기로 합니다. 조금씩 시간이 흐를수록 주모운과 소려진은 마음이 통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더 가까워지지만, 현실적인 환경은 소문을 만들어 내며 그들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둘을 외도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으나, 둘은 도덕적 경계를 지키기로 합니다. 비 오는 어느 날 주모운은 소려진을 지켜주기 위해 싱가포르로 가려고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이별하기로 합니다. 소려진은 울고 맙니다. 울어서 하지 못한 말이 후회됩니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어쩌면 인생에 또 없을 아름다운 순간은 그렇게 끝납니다. 이러한 사랑의 감정, 아쉬움 등을 간직한 주모운은 고대 유적의 벽 틈에 속삭이면서 자신의 마음을 묻으며 영화는 끝납니다.
3. 인상적인 장면
주모운이 앙코르와트 사원의 구멍에 비밀을 속삭이고, 그 위를 조용히 흙으로 덮는 장면은 관객에게 주모운의 마음이 전달되는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함께 옆에 있고 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소려진에게 주모운은 고백하지 못한 채, 스스로 마음속에 묻습니다. 영화에서 계속 이어진 침묵과 수동적인 행동으로 주모운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별 장면은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장면입니다. 비 내리는 밤 골목길에서 주모운과 소려진이 조용히 걸음을 멈춥니다. 좁고 긴 골목길,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두 사람은 한 마디 대사 없이, 보는 이를 가슴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이 배경과 두 사람의 표정 연기가 영화의 절정을 만듭니다. 주모운과 소려진은 서로 사랑하지만, 관계가 지속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로 간다고 선언한 주모운을 소려진은 붙잡지 못하고 울기만 합니다. 주모운은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다시 앉습니다. 이런 소소하지만 누구나 경험했을 만한 장면은 두 사람의 아쉬움과 고통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4. 영화 후의 생각
잘생긴 주모운과 아름다운 소려진의 러브 스토리는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상대방에게 무리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 하지 못한 말에 대한 후회, 잊지 못하는 그리움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관객은 두 주인공 감정에 마음이 머무르게 되고, 끝난 뒤엔 그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두 주인공은 사랑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침묵을 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한편 주모운의 아내, 소려진의 남편이 서로 외도하였는지에 대해 끝까지 궁금했습니다. 영화에서는 객관성 없는 추측만 있고, 주모운과 소려진의 생각만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상호 끌리는 감정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거짓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주모운의 아내는 실제로 야근을 열심히 하는 커리어 우먼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소려진의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영화는 전혀 다른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싫어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수려한 배경과 카메라 기술로 포장한 것입니다.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화양연화는 남녀 간의 사랑과 관객과의 소통 측면에서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으며, 지나간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여운은 영화 후에도 지속됩니다.